PYP(Primary Years Programme)는 단순히 여러 과목을 나열해 가르치는 교육이 아닙니다. PYP의 핵심은 모든 학습이 탐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탐구는 'Unit of Inquiry(탐구 유닛)'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형 주제 학습을 통해 실현되며, 학생들은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의 교과 개념을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PYP의 핵심 구성 요소인 'Unit of Inquiry'가 어떻게 기획되고, 수업 속에서 어떤 식으로 실현되며, 아이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어떻게 끌어내는지를 상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유닛은 단순한 ‘주제’가 아니다 – 삶과 연결되는 질문 설계
PYP에서 유닛은 단순한 교과 단원이 아닙니다. 각 학년은 연간 4~6개의 유닛을 배우게 되며, 모든 유닛은 **'중심 개념(central idea)'**과 **'탐구 질문(inquiry questions)'**으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중심 개념 아래에서, 학생들은 자원의 종류, 소비 방식, 지속 가능성, 지역 사회의 자원 사용 등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탐구하게 됩니다.
이때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질문을 이끌어내는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을 합니다. 학생 스스로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학습 활동을 구성하며, 이 과정에서 교과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됩니다. 이는 아이가 세상을 '주제 중심'으로 이해하고, 교과 간 연결을 통해 큰 그림을 보는 힘을 기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통합적 교과 접근 – 언어, 과학, 사회가 하나로 엮인다
PYP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통합적 학습(interdisciplinary learning)**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규칙과 법을 통해 사회를 운영한다"는 유닛에서는 사회 시간에 법과 규칙에 대해 배우고, 국어 시간에는 관련된 논픽션을 읽거나 자기 생각을 글로 쓰고, 예술 시간에는 법과 정의를 주제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과목이 하나의 탐구 질문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은 ‘수업 시간표에 따라 끊기는 학습’이 아닌, 하나의 흐름 속에서 학습을 지속하게 됩니다. 교과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아이는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게 되고, 실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도 일치된 사고 틀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 Inquiry Cycle –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단계적 탐구
PYP의 탐구는 단지 자유롭게 질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는 Inquiry Cycle(탐구 사이클)을 기반으로 학생의 사고를 유도합니다. 대표적인 사이클 모델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포함합니다:
- Tuning In – 주제와 관련된 배경 지식을 활성화하고, 흥미 유도
- Finding Out – 정보 탐색, 조사, 실험 등을 통해 지식 수집
- Sorting Out –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
- Going Further – 추가 질문 생성 및 탐구 확장
- Making Conclusions – 자신의 이해를 정리하고 표현
- Taking Action –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하거나 행동으로 옮김
이 과정은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수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탐구의 수준과 깊이가 높아집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정답을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아이는 스스로 탐구의 주체가 되어 사고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이다
PYP의 Unit of Inquiry는 지식 전달보다 학습자 자신이 배움의 과정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Inquiry라는 구조 자체가 아이의 질문을 중심에 놓기 때문에, 학생은 배운 지식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구성한 지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IB가 말하는 ATL(Approaches to Learning) – 즉, '학습 방법'을 기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고력, 의사소통력, 자기관리능력, 조사능력, 사회성 등은 모두 Unit of Inquiry 속에서 반복적으로 훈련되며, 아이가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아는가’에 집중하도록 이끕니다. 이는 향후 MYP, DP 나아가 대학 학습에서도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Unit of Inquiry는 단순한 프로젝트 수업이 아니라, PYP 철학의 중심이자, 아이의 배움을 설계하는 골격입니다. 질문으로 시작해 사고로 연결되고, 실천으로 마무리되는 이 구조는 지식의 소유자가 아닌 지식의 창조자로 아이를 성장시키는 힘을 가집니다. 학교에서의 이 탐구 경험이 삶 전체로 확장된다면, 아이는 평생 학습자로서의 첫걸음을 확실하게 내디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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