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IB) 중등 교육과정인 MYP(Middle Years Programme)는 대체로 만 11세부터 16세 사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시기는 학습 단계로 보면 사고력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시점이지만, 심리·정서적 측면에서는 자기 인식이 강화되고 감정 기복이 커지는 사춘기와 정확히 겹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예전엔 공부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의욕이 없다”, “스마트폰이나 친구 관계에만 관심이 많아졌다”는 고민을 토로하곤 합니다. 특히 IB는 자기주도성과 탐구 의욕을 전제로 한 교육이기 때문에, 사춘기 시기의 동기 저하 문제를 방치할 경우 학습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MYP 시기 사춘기 특성과 그에 맞는 동기 부여 전략을 IB 교육 철학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 사춘기와 자기 정체성: 왜 동기가 쉽게 꺼질까?
사춘기는 단순히 ‘반항기’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마음속에서 자주 떠오르며, 그에 따라 학습의 방향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또래 친구들의 시선과 비교에 민감해지고, 부모나 교사보다는 친구에게 인정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IB의 자기주도적 학습은 아이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탐구 주제, 과제 방식, 시간 계획 등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율해야 하는 구조는 자율적이고 성숙한 아이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에게는 부담이 되거나 무기력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즉, 이 시기의 아이는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할 마음이 안 나서’ 공부를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업적 접근 이전에 정서적 공감과 자기이해를 도와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사춘기 학생의 동기를 깨우는 IB식 접근법
IB는 학습 자체보다 **학생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가(Learner Profile)**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MYP에서 강조하는 '사고하는 사람(Thinker)', '원칙 있는 사람(Principled)',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Open-minded)' 등의 태도는 아이의 내면과 학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학습 동기 유도 역시 점수나 비교가 아닌 의미와 정체성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숙제는 했니?”보다는 “이번 과제 주제는 너한테 어떤 의미가 있었어?”, “이걸 하면서 너 자신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게 있었어?” 같은 내면을 자극하는 질문이 아이에게 더 깊은 동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Personal Project나 다양한 ATL(Approaches to Learning) 활동 중에서도 아이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를 자각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효과적입니다:
- 학생 주도 발표 기회 제공: 자신의 관심 분야를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는 경험은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 과제에 현실 연결하기: 사회 문제, 가족 이슈, 문화 경험과 연결된 과제를 통해 학습의 ‘이유’를 느끼게 합니다.
- 실패 경험을 수용하는 환경 만들기: 평가보다는 피드백 중심의 격려를 통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줍니다.
👪 부모는 ‘감독’이 아니라 ‘코치’가 되어야 한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은 대개 통제하려는 부모와 벗어나려는 자녀의 충돌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IB처럼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한 시스템에서는 부모가 모든 걸 대신 챙기려는 태도는 오히려 아이의 학습 책임감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부모의 역할은 감독관이 아니라 성장을 옆에서 돕는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제를 제때 하지 않는 자녀에게 “왜 안 했어? 또 미뤘지?”라고 다그치기보다는, “너는 어떤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면 가장 잘 지켜지는 것 같아?”와 같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 더 효과적입니다. 학습 도구를 직접 마련해주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학습 공간을 정리하거나 공부 루틴을 만들 수 있도록 제안하고 선택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아이는 단순한 칭찬보다 인정받는 느낌을 원합니다. “점수 잘 나왔네”보다는 “이 부분을 네 방식으로 풀어낸 게 정말 인상 깊었어”처럼 과정 중심의 피드백이 아이의 내적 동기를 자극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습을 통해 아이가 ‘성공’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입니다. 작은 성취라도 부모가 그 가치를 발견해주는 순간, 아이는 다시 도전할 힘을 얻게 됩니다.
🎯 성적보다 중요한 ‘자기 이해’의 시간
MYP 시기의 학습은 결국 지식의 습득을 넘어 자기 이해와 정체성 형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를 ‘공부를 못하게 되는 시기’로 보기보다, 어떻게 배우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탐색기로 보는 것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아이가 일시적으로 무기력하거나 의욕이 없어 보이는 것도 성장통의 일부이며, 그 안에서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역할입니다.
IB 교육은 이런 아이의 여정을 존중하며, 점수가 아닌 질문, 탐색, 실패와 성찰을 통해 아이를 더 깊고 넓게 성장시키는 도구입니다. 사춘기 시기의 자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부모의 통제나 조언이 아니라, ‘나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믿고 기다려줄 수 있어’라는 신뢰와 지지입니다. 그 신뢰 속에서 아이는 자기 삶의 방향을 찾고, 배움에 다시 스스로 발을 들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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